유례없는 가뭄에 건조한 날씨와 강풍까지 이어지면서 강원 동해안의 대형 산불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여기다 주로 4월에 집중됐던 대형 산불 발생 시기도 가뭄 여파로 한 달여가량 앞당겨지는 등 올봄 동해안 산불이 심상치 않다. 10일 강원도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15건으로, 62㏊의 산림이 이미 잿더미가 됐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6건의 산불로 1.22㏊의 산림을 태운 것에 비해 50배가량 많은 면적이다. 월별로는 1월 2건 0.36㏊, 지난달에는 5건 53.35㏊, 이달 들어서만 8건에 8.3㏊의 피해가 났다. 지역별로는 춘천이 4건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 면적은 지난 2월에 발생한 삼척 가곡면 오목리 산불이 52.05㏊로 가장 컸고, 정선 구절리 산불은 7㏊를 태웠다. 특히 삼척과 정선 산불은 2월에 발생한 산불치고는 이례적일 정도로 대형 산불로 기록되고 있다. 문제는 올해 들어 발생한 산불이 예년과 달리 빈도도 잦고 규모도 점차 대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4월에 집중됐던 산불이 2∼3월로 앞당겨지고 대형화 추세를 보이는 것은 유례없는 극심한 가뭄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날 현재까지 강릉 등 동해안 지역의 강수량은 161㎜로 평년(625.2㎜)의 25.7% 수준에 그치고 있다. 1973년 관측 이래 42년 만의 최저 기록이다. 동해안 지역은 2∼3월에도 해마다 폭설이 내려 해갈과 산불 예방에 도움을 줬지만, 올해는 눈·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최악의 가뭄으로 대지와 산림이 바짝 메마른데다 산간에는 눈도 거의 쌓여 있지 않아 작은 불씨에도 쉽게 산불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다 농사 준비시기와 맞물려 해충 방제를 위한 논·밭두렁 소각까지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작은 불씨가 옮아 붙어 발생하는 산불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주말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87건의 산불 중 59%인 51건이 논·밭두렁·쓰레기 소각이었다. 해충 방제를 위한 논·밭두렁 소각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동해안 지역은 봄이면 양양과 간성,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강한 바람이 부는 특이한 기상현상이 나타나 산불 위험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현재 정선과 태백, 동해·삼척 산간 등 4개 시·군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이며, 동해안 산간을 제외한 도내 대부분 지역에는 건조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이에 따라 산림 당국은 산불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하는 등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산림 당국의 한 관계자는 "가뭄으로 워낙 메마른 탓에 작은 불씨라도 쉽게 산불로 이어지고 있다"며 "오는 15일 영서지역을 중심으로 비 소식이 있지만 미미한 수준으로 관측돼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