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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 하인리히의 법칙
등록일 2020-10-19 글쓴이 한국방재협회 조회 190

하인리히의 법칙

방재관리연구센터 이사장 김진영

재난의 역사는 방재관리 측면에서 우리들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미래에 다가올 재난을 해결하려면 재난의 사례를 드려다 보고 재난안전 관리체계의 발달 과정을 분석해야 한다. 재난안전에 종사하는 모두는 재난을 기억하고 재난당사자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재난역사의 중심에 서서 재난관리 주체가 되어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 되는 현상이나 오류를 초기에 신속히 발견해 대처하지 못할 경우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1920년대에 미국 한 여행보험회사의 관리자였던 하인리히(Herbert W. Heinrich)가 7만 5,000여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1931년에 펴낸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에서 소개된 법칙이다.
 
1 : 29 : 300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어떤 대형 사고가 1건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관련된 29번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징후들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을 뜻하는 통계적 법칙이다.
 
과거 국내외 재난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1990년 고양시 일산 제방이 붕괴한 것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일산 제방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에 흙과 모래로 쌓아서 만든 제방이다. 일산 제방이 붕괴할 때까지 인근 주민들은 해마다 강물이 불 때마다 불안에 떨었다. 1970~80년대 한강 유역은 늘 홍수피해에 시달렸다. 특히 1984년 9월 집중호우로 고양시 일부가 물에 잠겼다. 한강둑이 무너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온 주민과 군 병력이 동원돼 밤낮없이 모래주머니로 제방을 메꿔 붕괴를 겨우 모면했었다. 당시 필자는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하천계획과에 근무했다. 제방을 항구적으로 보강해야 한다고 수십 차례 예산부처에 건의했음에도 땜질식에 그쳐 대형 사고를 낸 사례다. 결국, 수백 배 이상의 국고 손실이 발생하였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도 예견된 사고였다.
승객 304명이 사망·실종된 대형참사다. 그간의 선박 침몰사고를 안이하게 대응한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 주고, 대한민국 사회의 안전관리 실태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 준 비극적인 사건이다.
ㆍ1963년 연호 침몰사고: 승객과 화물 적재량 초과는 물론 폭풍주의보로 발효된 악천후를 무시하고 항해하다 목포항 부근에서 침몰하여 140명이 사망하였다.
ㆍ1970년 남영호 침몰사고: 제주에서 부산으로 항해하던 중 거문도 동쪽 해상에서 침몰하여 326명이 사망ㆍ실종하였다. 승객 정원 초과는 물론 화물은 규정량보다 4배 이상을 적재하였다. 초과승선, 과적, 항해 부주의, 긴급구조 요청 후 신속하지 못한 대응으로 피해가 컸던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평가되었다.
ㆍ1993년 서해페리호 침몰사고: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에서 침몰하여 292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다. 여객선이 운항해선 안 될 악천후 임에도 안전장치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항해를 감행하다 침몰된 사고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주말을 이용해 바다낚시를 즐기러 온 공무원들이다. 언론이 중심이 되어 ‘일어나서는 안 될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로 규정하고, 해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박법규의 전반적 개정, 항로와 선박 안정성에 대한 검토, 연안여객선의 선형개량사업 추진 등 법적·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보강이 필요함을 지적하였지만, 허사에 불과했다. 결국,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에까지 이르러서야 선박규제를 강화하였다.
 
911테러도 막을 수 있었다.
이슬람 테러조직이 2001년 9월 11일 여객 항공기를 납치하여 미국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을 공격하였다. 3,000여명이 사망한 21세기 최악의 참사로 기록 되었다. 이 또한 미리 짐작된 사고였다.
ㆍ1988년 12월 21일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발생한 팬암 항공기 폭파로 270명이 사망했다. 팬암 항공기 폭파사건은 최악의 항공기 사고로 뉴테러리즘의 시발로 일컬어졌다. 기존의 테러단체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테러 동기를 분명히 한 데 반해서 무차별적 살상을 노린 데다 범행 주체와 테러리스트가 나서지 않은 첫 테러였다. 일명 얼굴 없는 범죄가 시작되었다. 세계무역센터도 예외가 아니라고 공공연하게 입에 오르내렸는데도 무시했다.
 
ㆍ1993년에는 세계무역센터에 직접 테러를 가했다. 테러범들은 폭탄을 실은 밴을 지하 2층에 주차 시킨 후 폭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도주한 후에 폭발시켰다. 지하 5층부터 로비(1층) 바닥까지 구멍이 뚫려 재산상으로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사망은 6명에 불과했다. 다행히 주차공간이 없어 모퉁이에 폭탄 차를 주차했기 때문에 빌딩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위치 선정을 잘 했다면 세계무역센터도 무너졌고, 9.11 테러와는 달리 사망자도 몇만 명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9.11 테러의 전조를 감지하였지만, 일개 테러조직 따위가 미국에 위협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게 911테러라는 대형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일이 작을 때에 처리하지 않다가 결국에 가서는 쓸데없이 큰 힘을 들이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모두는 작은 사고 하나하나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연쇄적인 사고로 이어진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바로 대형재난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제24회 재난안전세미나 2020-10-26
정부, 10월 가뭄 예·경보 발표 2020-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