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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정흥수 회장 경향신문 인터뷰
등록일 2017-06-05 글쓴이 한국방재협회 조회 1953

[원희복의 인물탐구]한국방재협회장 정흥수

“재난컨트롤타워 청와대 아닌 국민안전부가 돼야”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작성 : 2017.06.03  

정흥수 한국방재협회장 / 이상훈 선임기자

정흥수 한국방재협회장 / 이상훈 선임기자

 

5월 25일은 ‘방재의 날’이었다. 방재의 날은 1989년 12월 22일 유엔총회에서 재해 경감을 위한 10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세계 각국에 재해 경감의 날을 지정할 것을 권고했고, 우리나라는 1994년 태풍과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5월 25일을 방재의 날로 정했다. 방재의 날은 자연재해대책법에 명시된 법정기념일이고 국제적 의미까지 가진 기념일인 것이다. 매년 이날 정부는 기념식을 갖고 방재훈련도 하고, 방재정책을 점검하는 민·관 합동 세미나도 가졌다. 
 

그러나 올해는 정부 차원의 기념식이 없었다. 단지 한국방재협회 주최로 ‘새정부 출범에 따른 방재·재난분야 발전방향’이라는 세미나를 가졌을 뿐이다. 이날 관련 전문가 250여명이 모였지만 정작 어느 언론도 주목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렇게 ‘잊지 말자’ ‘안전의 적은 망각’이라고 외쳤지만, 정작 24년간 지속된 방재의 날은 철저히 망각 속에 묻혀버린 것이다.  


 

정흥수 한국방재협회장(77)이 바로 그 방재의 날을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우리나라 재난·방재와 관련해 ‘최고’ ‘최장’이라는 수식어가 무색지 않다. 그는 1994년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인 내무부 방재국장에 임명돼 최장기간(6년간) 재임하면서 각종 재난사태의 수습·복구를 지휘했다. 한동안 은퇴했다가 다시 한국방재협회장으로 재난관리 현장에 복귀한 것은 최근 상황이 너무 엄중해서다. 그는 최근 심각한 가뭄 문제부터 얘기했다.  

“최근 5월 기온이 섭씨 36도까지 오르고 봄·가을이 없어지는 기후변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화석연료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으로 우리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많다. 이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요즘 세월호 참사와 같은 거대한 사회적 재난 때문에 자연재해에 대해 소홀히 하는 느낌이 든다.”  


 

사실 과거 같으면 봄가뭄에 대비해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밤에 불을 밝히며 관정을 뚫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봄가뭄에 속 타는 것은 농민뿐 공무원들은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아무리 정권교체기라고 하더라도 너무 공무원들의 ‘군기’가 빠진 느낌이다.(이후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 인준을 받자마자 가뭄현장으로 달려가긴 했다.)  

정 회장은 “화석연료나 탄소배출량 등 기후변화 요소의 30%를 배출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오바마 정부 약속을 깨고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는 등 달라진 국제적 환경문제에 대해 우리는 너무 무관심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장수 방재국장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재해현장은 어떤 곳이었나. 

“1994년 성수대교 붕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다. 사고가 나자 김무성 내무부 차관(전 새누리당 대표)과 현장에 달려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꼬박 밤을 새웠다. 무너진 삼풍백화점 지하에는 유해한 석면가루가 가득했다. 그 현장에 내무부 차관과 방재국장인 내가 소방관과 구조대와 함께했다. 구조에 나섰던 소방관들, 그때 마신 석면가루로 인한 후유증이 컸을 것이다.”  


 

-1990년 수도권 일대 폭우로 인한 대홍수 때 역할이 신화처럼 내려온다. 

“그때는 방재과장 시절이었다. 충주댐 수위가 아슬아슬하게 올라왔고, 여주제방이 무너질 위기에서 수도권 침수를 막는 것이 급선무였다. 중앙재해대책본부(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실무책임자로 수도권 주변의 댐 수위 조정을 내가 직접 지휘했다. 건설교통부 산하 수자원공사의 업무를 재난 컨트롤타워가 직접 지휘한 것이다.”  

163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이때 일산제방이 붕괴됐다. 당시 일산제방 붕괴가 서울 침수를 막기 위해 ‘고의로’ 제방을 무너뜨렸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하지만 일산제방이 붕괴되고 이 일대 농경지가 흙밭이 되자 아예 이 자리에 신도시를 세웠다. 지금 일산신도시다. 전화위복이라고나 할까. 


 

그가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때 석면가루를 마시며 구조현장을 지킨 것이나, 수도권 침수위기 때 수자원공사를 제치고 댐 수위를 직접 조정한 것은 재난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만들어진 재난 컨트롤타워가 바로 국민안전처다.   

-국민안전처는 사고 15일 만에 전문가 회의 한 번 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사고도 졸속, 구조도 졸속, 수습도 졸속, 대책 마련도 졸속으로 국민안전처는 분명 실패할 것이라는 기사를 쓴 기억이 있다.  

 

“재난·안전관리는 고도의 훈련과 경험이 축적된 전문가 집단이 평생직장 개념으로 해야 한다. 재난 발생 전-발생-발생 후의 단계별 대책을 시의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훈련된 사수’가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힘들고 빛도 안나는 재난업무는 모든 공무원이 기피하는 만큼, 이들 공무원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안전처를 졸속으로 만들고, 게다가 군출신 장관을 임명했을 때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 재난과 안보 개념을 혼동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 문제를 공식화시킬 순 없다….”  

 

정 회장은 말끝은 흐렸지만, 기자의 질문에 동의도 부정도 안했다. 정 회장은 “국민안전처는 재난 발생 시 현장 대응능력에 한계를 보였고, 재난정보의 대국민 전파체계도 미흡했다”면서 “특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재난관리 정책 개발도 부족했다”고 문제점을 또박또박 지적했다. 세월호 인양에 수천억원의 정부 예산이 든다고 난리였지만,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지금도 국민안전처 예산의 상당 부분이 바로 자연재해 예산이다.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비, 대응과 복구에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다. 따라서 재난 컨트롤타워는 예산기관(기획재정부)을 통한 빠른 예산 확보와 함께 이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실무적인 차관회의에서 정부의 예비비를 신속하게 사용하는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예산기관에 국가예산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쓴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우회적인 대답이지만 일사불란한 재난 컨트롤타워는 군대식 지휘체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부처와의 매끄러운 조정·협조 능력 또한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이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재난 최고 컨트롤타워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로 위원장은 국무총리이고, 국민안전처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실무적 컨트롤타워다. 다만 대통령은 재난에 대해 정치적·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리다. 


 

-세월호 참사 때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인지 여부에 논란이 많았다. 

“청와대가 직접 재난을 관리해선 안된다. 대통령은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다. 청와대가 직접 재난을 관리하면 재난행정의 생산성·효율성·건전성이 저하된다. 필요하다면 청와대에 위기관리센터를 두고 (큰 틀의) 지휘·감독기능과 부서 간 협의·지원기능에 그쳐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에 법적 논란이 많았다. 대통령 비서실은 대통령의 참모기구일 뿐인데 직접 행정부처에 지시해 조직 간 충돌도 많았다. 정상적인 것은 비서실이 대통령에게 건의·자문하고,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통해 각 부처를 움직이는 행정체계다. 


 

“NSC에서 안보문제를 다루는 것은 이해가 된다. 안보란 국가 존립의 최고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난까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청와대가 직접 재난에 대응하다 만약 미흡했을 경우 국민으로부터 직접 지탄을 받는다.”  


 

정 회장은 1940년 전남 영광 출신이다. 조선대(토목과)를 나와 연세대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6년 전남도에서 9급 공무원으로 시작, 건설부를 거쳐 내무부(행정자치부) 방재국장을 지냈다. 말단 9급 공무원에서 중앙부처 1급 공무원까지 올랐다는 것은 공무원 사회에서 ‘신화적’이다. 


 

그는 공직 은퇴 후에도 소방방재청 정부업무 자체평가위원장, 소방방재청 갈등관리심의위원장, 한국국민안전산업협회장 등을 지내며 방재·재난분야와 맥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정 회장은 은퇴해 편안하게 살고 있었지만 후배들의 ‘강요’에 의해 올해 3월 한국방재협회장에 피선됐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안전처가 생겼지만 여전히 정부의 방재·재난 관리체계가 엉망이라는 지탄을 받자 조그만 힘이라도 될 수 있을까 해서였다.  


 

국민안전처에 대해 많은 문제가 제기되자 다시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논의가 진쟁 중이다. 이번만큼은 졸속이 아닌, 항구적인 재난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5월 25일 한국방재협회가 주관한 ‘새정부 출범에 따른 방재·재난분야 발전방향’이라는 세미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는 직접 주제 발표를 했다.  

“우리의 국가재난관리 변천과정을 보면 건설부-내부부-행정자치부(사회적 재난과 비상대비)-소방방재청(자연재해와 인적재난·소방)-행정안전부-안전행정부-국민안전처(사회적 재난과 자연재해·소방·해경)로 바뀌어 왔다. 대부분 원칙도 없이 통치권자의 입맛에 따라 재난관리 체계가 바뀐 것이다. 더 이상 시행착오를 해선 안된다. 이 기회에 100년을 이어갈 방재·재난 컨트롤타워를 설계해야 한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 조직과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위원 단위의 (가칭) 국민안전부를 만들고 산하에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을 외청으로 두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재·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필요하다면 청와대에 위기관리센터를 두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의 이런 조언은 근 50년 가까이 정부의 재난·방재분야를 지켜온 원로의 실제적 체험에서 나온 충고였다.


한국방재협회-LIG시스템 MOU체결 2017-06-15
정흥수 회장, 서울한강로타리클럽 강연 2017-06-02